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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10원짜리 조언 몇 개…
by 신영진(YoungJin Shin), codewiz at gmail.com, @codemaru, http://www.jiniya.net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에 쓴 것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자. 모든 글이 그렇지만 취할건 취하고 버릴건 버리면 된다. 직접 해보니 도움이 된 것들도 있고, 지금 시점에 돌아보니 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느낀 것들도 있고 그렇다. 참고로 태생적으로 머릿속에 포인터와 재귀 호출 스택 프레임이 내장된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글은 아니라는 점 명심하자!!!

#0
연애를 하자. 대다수 프로그래머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다른 직종 사람들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런 점들을 보완해주는데 연애만큼 좋은게 없다. 그리고 자신의 바닥도 보고 겸손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여러 좋은 점들이 있으니 프로그래밍 공부만큼 연애에도 관심을 가지고 꼭 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요즘은 돈 든다고 안 하는 추세도 있는것 같은데 그 돈 투자해 보는게 손해는 아닌 것 같다.

#1
빨리 시작하는 편이 유리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대학교때 컴퓨터 학원에서 C언어를 일년정도 가르친 경험이 있다. 그때 난 어른과 어린 학생들 사이의 명백한 차이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어른들은 무엇인가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면 잘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또 지루한 과제를 반복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천재 프로그래머인 리누스 토발즈도 그의 자서전에서 밝혔지만 처음 작성한 프로그램은 Hello, World였다. 어린 학생들은 그 단순한 Hello, World 조차도 글자를 바꿔가면서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데 어른들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연습이 부족해질수밖에 없고 그러니 당연히 진도가 더디다. 어리다는 것은 지루한 것도 반복할 만큼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루한 초반 과정을 버티는데 정말 좋다. 더불어 시간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2
늦게 시작했더라도 체력이 좋다면 다행이다. 고등학교 때 알던 녀석 중에 한 명이 2년 내도록 놀다가 3학년 때 일년 바짝 공부 해서 의대를 간 녀석이 있었다. 사실 그 누구도 그 녀석이 의대에 진학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기에 다소 충격이었다. 물론 같이 놀았던 친구 녀석들은 부러워 한 정도로 끝났지만 3년 내도록 공부하고 수능을 망친 친구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의대에 간 녀석의 장점은 강철 체력이라는 점이었다. 남들이 하루 밤샐 수 있다면 녀석은 3일쯤은 거뜬히 멀쩡하게 밤샐 수 있었다. 대학교 때에도 비슷한 선배가 있었다. 늦게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는데 전산소에서 일주일씩 밤새는건 기본인 선배였다. 이상엽씨가 쓴 Visual C++ 6.0 바이블 한글 파일을 들고 다니면서 하루종일 전소에 앉아서 코딩을 하곤 했었다. 난 다소 의아했었는데 지금은 MIT에 유학을 갔던 정말 똑똑한 형이 옆에서 그랬다. 저렇게 체력이 좋은 아이들은 이길 수가 없다고… 그러니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3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책을 읽는다는 사실이 여러분을 더 똑똑하고 유능한 프로그래머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바보같은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도록은 만들어 준다는 점에 50원 정도는 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책을 부지런히 읽자.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흔한 실수 중에 하나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계속 1장만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당장 이해가가지 않는 부분은 냅두고 끝을 향해 달려가자. 끝을 보고 나면 자연스레 1장은 저절로 이해가 되기 마련이다. 참고로 그때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한번더 끝까지 보면된다.

#4
영어를 잘하는 것이 막판 광역 버프를 받는 지름길이다. 직업 프로그래머를 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래머들을 만났다. 그중에 더러는 늦게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고, 나보다 훨씬 더 일찍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은 처음에는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데 한 3년 정도가 지나면 거의 실력이 비슷해진다는 점이었다. 그때부터는 누가 언제 시작했는지 보다는 해당 도메인 지식을 누가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는가가 실력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프로그래밍 자료는 영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나중에 줄창나게 버프를 받기 위해서는 영어는 필수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5
대학 교육을 받는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은 기본적인 전산 지식을 중요하게 여기고 도메인 지식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전산 지식보다는 도메인 지식이 중요하다. MS나 구글같은 회사에서 도메인 지식보다 기본 지식을 가진 똑똑한 직원을 뽑는다는 소리를 듣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말 아주 많이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 대부분은 그런 똑똑한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평범한 우리들은 기본 전산 지식만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도메인 지식을 그 독똑한 친구들이 하듯이 스펀지처럼 빠르게 빨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니 자신이 하고 싶은 도메인을 일찍 정하고 해당 지식을 빨리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 업체에 취직하고 싶은데 그림판만 매일 만들고 있는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이 말이 기본 지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컴퓨터 공학과에서 열심히 공부한 대다수 졸업생의 기본적인 전산 지식은 도찐개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게 여러분을 돋보이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6
코드를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을 졸업한 대부분의 프로그래머가 오픈소스 프로젝트 코드를 수정하는 것은 둘째치고 읽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빌드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말 큰 문제다. 적어도 여러분이 직업 프로그래머를 하려고 한다면 기본적인 코드는 읽고 이해하고 수정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여러분의 경력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새로운 코드를 쓰는 시간보다는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둔 코드를 수정하고 고치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이 작성한 코드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없다면 직장 생활 자체가 매우 힘겨워질 수 있다. 자신이 주력하는 분야의 오픈 소스 코드를 매일 일정 분량 이상씩 읽도록 하자. 물론 참여하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7
코드를 읽는 것 만큼이나 쓰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잘 하면 코딩도 잘 할거라 전제하는데 생각하는 것과 코딩하는 것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머리보다 손이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알고 있는 것이라도 반복적으로 구현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심심할 때 유용하진 않더라도 작은 프로그램을 직접 많이 만들어 보도록 하자. 코딩도 연습할 수 있고 전체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릴리즈까지 해볼 수 있는 좋은 훈련이 된다.

#8
블로그나 위키를 만들자. 그리고 그곳에 자신이 공부한 것들을 정리해서 올려놓자. 이건 정말이지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1) 세상 사람들이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2) 긴 글을 작성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3) 나만의 지식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등등 장점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니 꼭 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자. 보는 사람이 없어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본인 생각에 정말 보잘것 없는 것들도 무조건 올리도록 하자. 우리가 구글링해서 알 수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면서 올려둔 지식인 경우가 대다수다. 하찮다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정리하고 공개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9
다양한 문화 생활을 경험해 보자.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고, 미술관도 가고, 뮤지컬도 보고, 음악회도 가고, 콘서트도 가고, 만화책도 보고, 게임도 하자.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개그콘서트와 웃찾사를 보는게 꼭 시간 낭비만은 아니다. 오히려 컴퓨터만 주구장창 하는 사람들보다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 100원은 걸 수 있다. 파이썬 개발자 귀도 반 로섬도 몬티 파이썬의 팬이었다. 그러니 맘놓고 보자.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ㅋㅋㅋ~

#10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한다고 모두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를 좋아한다고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프로그래밍이 좋다고 직업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직업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에 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그리고 학교에서 시간이 있을 때 아르바이트던 인턴이던 직업 프로그래머로써의 경험을 조금은 가져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서 약간은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재미삼아 만들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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