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원안인
아마노 아키라나 시리즈 원안 및 각본인 우로부치 겐이 참여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건 맞지만, 얼마 뒤 총감독인 모토히로 카츠유키의 참여가 알려지면서 감독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보니 그 상대적인 포스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라 얼마나 센 작품이 나올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팬들이 많았다. 여기에 각본에 참여한
후카미 마코토나 타카하 아야는 애니가 아닌 소설이나 드라마, 연극 각본을 주로 담당하는 인물들이기에, 스탭들의 조합이 상당히 이색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1화 방영 이후의 평가는 제법 좋은 편. 1화부터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빠짐 없이 하면서도, 적당히 질리지 않을 정도의 몰입감을 유지하고 등장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도 잘 드러낸 정석적인 시작이였다. 같은 제작사의 작품인
공각기동대나 같은 SF 경찰물인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퀼리브리엄을 연상시키는 디스토피아적인 사회 배경 묘사도 좋았다는 평가. 사람들이 감정을 통제당하면서 살아간다는 설정은 이퀄리브리엄과 흡사하고, 범죄자 예비군을 어떠한 시스템을 통해 판별하여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자를 체포한다는 점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상당히 흡사한 내용이다.
초반부터 확실하게 보여준
디스토피아 세계관 특유의 부조리한 사회상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 아무 죄도 없었던 잠재범이 순식간에 자멸해 범죄자가 되고, 범죄자를 심판하는 건 인간이 아닌 기계이며, 피해자까지 순간의 생각으로 순식간에 범죄자가 되는 등의 설정은 많은 이야기가 오갈 만한 철학적인 소재였다.
방영 초기엔 '좀 식상한
사이버펑크스러운 SF 설정이지 않았냐?'는 비판도 있긴 했다. '여주인공이 각본가의
전작 주인공처럼 이상주의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사는 사회의 기준으로는 주인공이 정상이고 주변 인물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SF라지만 설정이나 인물들의 반응이 현실과 엇나가고 있지 않느냐?' 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본질적인 것은 바로 그런 아이러니함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주인공은 사실 통제에 익숙한 인물상으로 묘사되고 악역의 사상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마키시마 역시 본질적으로는 범죄자이자 살인마이기 때문에 그에게 완전히 동조하기에도 상당히 찝찝하다. 마키시마의 사상이 더 공감이 간다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목적은 이해가 가지만 수단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결국 범죄자에 불과한 마키시마가 작품의 아크에너미가 됨으로서 저런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사회를 비판하는거 자체가 자가당착이 되었고 결국 시청자 입장에선 어느쪽에도 공감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것.
강간을 반쯤 그대로 보여주는 연출, 고어한 장면들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아무리 새벽 시간대라지만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잔인하다. 2쿨은 이야기가 본 궤도에 진입하면서 고어하고 잔인한 연출이 더욱 늘었다.
17화에서 밝혀지는
시빌라 시스템의 정체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시빌라 시스템의 정당성을 고찰하기보다는 불쾌감만 느끼게 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시빌라 시스템의 정체는 단순히 자극적인 전개를 위해서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작중에서 '시빌라 시스템'이 갖는 본질적인 의미를 파헤치기 위한 설정이기에 그렇게 말하기는 힘들다.
시빌라 시스템 항목 참고.
엔딩에 관해선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일단 작품의 메인이었던 코가미와 마키시마의 대결이 불완전 연소라는 비판이 있다. 코가미가 감시관에서 집행관으로, 집행관에서 실제 범죄자로 타락하면서까지 마키시마를 쫓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코가미가 일반적이지 않은 범죄자인 마키시마의 범죄 패턴을 예측해내고 마키시마는 그런 코가미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 묘사가 나오기 때문에 둘이 서로에 대한 이해자로서 집착하는 이유만은 작품 내에서 어느 정도 설명돼있다. 그리고 코가미가 과거 표본 사건의 관계자인 마키시마에게 집착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본편에서는 코가미와 표본 사건의 피해자인 사사야마 미츠루의 관계가 자세히 묘사되지 않아 코가미의 심리를 단편적으로밖에 예측하기 힘들다. 우로부치가 최종적으로 쓰고자 했던 것이 두 남자의 결전이었던만큼, 차라리 서브 플롯을 모두 배제하고 철저하게 코가미와 마키시마의 이야기만을 그리는 편이 낫지 않았냐는 의견도 있다.
작품 전반의 테마이자 떡밥이었던 통제된 사회, 시빌라 시스템에 대한 결말이 다소 찝찝하다는 평도 있다. 각본가의
우로부치 겐의 전작인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가 지금까지의 시스템을 부정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하며 끝났기 때문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말이 많았던 것과는 정반대로 이번 작에서는
만악의 근원이었던
시빌라 시스템이 멀쩡히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은 아무 일 없는 듯 살아가는 결말이 나왔기 때문.
물론 사이코패스가 무슨
이퀼리브리엄 같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도 아닌데 한 화만에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건 말도 안되고, 오히려 그렇게 갔다면 작품이 더 어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감독과 각본가들은 방영하기도 전부터 잡지에서 '시빌라를 타도하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꾸준히 밝히고 있었으니….
엔딩 자체가 결말보다는 또 다른 시작이라는 느낌이 났고, 최종화의 C파트가 속편을 암시하는 분위기였던지라 지금 엔딩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나 2기나 극장판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며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극장판과 2기 제작이 발표되었다. 속편이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풀리지 않았던 떡밥들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우로부치 테이스트를 기대한 이들은 '이건 각본가의 영향보단 감독이 영향이 더 짙은 작품이었다'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느 작품이던
각본가보다 감독의 영향이 짙은 건 당연한 거다. 우로부치 겐의 인지도 때문에 각본가의 참여하는 작품마다 감독은 뒷전으로 미뤄지지만 각본가의 역할은 감독이 구상한 이야기를 구체화 시키는 역할이다. 애초에 감독과 각본가의 생각이 다르면 같은 작품을 시작하지도 않는다. 또한 일반적인 TV 시리즈보다 화수가 적은 상황인데도 군더더기가 많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12화는 대체 왜 있는 에피소드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는 메인 각본가인 우로부치와 후카미의 스케줄이 위험할 때 타카하가 메인 플롯과는 별도인 외전 한편을 집필하기로 정해져 있다가 실제로 스케줄이 위험해져서(…) 편성된 에피소드라고 한다. 방영 전부터 스케줄이 빠듯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고, 인터뷰의 스태프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여러가지로 시간에 쫓겨서 포기한 부분이 많은 듯하다. 스토리의 밸런스나 완급 조절이 조금만 더 잘 되었다면 훨씬 높은 퀄리티로 완성됐을 거라고 생각되는 작품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이 많다.
어쨌든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찝찝한 점이 있긴 해도 최근 대세와 다르게 모에를 강조하지 않는 데다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사회관과 인간의 군중 심리를 잘 보여주며 주인공들의 사상과 그를 둘러싼 갈등 구조와 '정의'를 다루는 심오한 주제, 높은 퀄리티와 좋은 연출 등 전체적으로는 수작이라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고, 간만에 등장한 몇 안 되는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애니라는 점을 높게 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