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된대로 이 작품의 기본 설정은 절대적인 재능과 개인기를 자랑하는 기적의 세대에 맞서서 모두의 협력을 중시하는 세이린이 노력하면서 도전해나가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세이린이 그들과 맞설 수 있는 것은 노력해서 성장한 덕분도 있지만 결국은 어디까지나 쿠로코와 더불어 기적의 세대와 동격의 재능을 가진 천재인 카가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작중에서도 기적의 세대와 싸우며 카가미의 재능이 개화될수록 카가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모두의 노력이나 팀 플레이 같은 말들이 무색하게 느껴지거나 심지어 주인공인 쿠로코의 비중이 떨어지는 사태까지도 벌어진 적도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작중에서 노력과 팀워크의 가치가 아무리 중요시되어도 결과적으로는 기적의 세대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이 노력으로 일궈낸 것들은 압도적인 재능의 격차 앞에서는 속절 없이 무너져내리며, 그런 재능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동급의 재능뿐이다. 결국 작품 초반부터 두고두고 명시되는
기적의 세대는 기적의 세대로만 상대할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절대적인 재능 앞에서 노력의 힘은 무의미하다는 의미가 된다. 덕분에 "결국 재능빨이면 다냐?"는 비판도 적지 않은 편.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부분에서 주인공인 카가미보다 주인공이 아닌 다른 기적의 세대 일원들이 오히려 더욱 팀워크를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군이 된 적군 보정처럼 개심 과정을 부각하는 소년 만화적 기법이지만,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점점 가속화되가는 카가미 원맨 플레이를 상대적으로 비판받게 되었다.
허나 리얼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실제로 농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원래 그렇다(…) 물론 재능이 있는 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어느 스포츠든 마찬가지지만, 농구는 경기 자체의 매커니즘상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특히 그 재능에 있어서 타고난 신체 조건 및 운동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데다,
구기 종목중 선수 숫자가 가장 적으면서 공수전환이 가장 빠르고 득점이 많은 스포츠라는 특성상 전술이나 팀워크로 그 격차를 좁히기 어렵고, 역으로 전술과 팀워크를 만드는데 재능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종목 중 하나가 농구다. 단체 경기인 주제에
단 한명의 에이스의 1:1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다른 팀원들이 자리를 비켜주는 전술이 존재한다. 그만큼 강력한 선수 한명의 가치가 크다. 그래서인지 현실 농구에 빠삭한 독자들과 농구에 문외한인 독자들의 반응이 정말 극단적으로 다르다.
애시당초 이 작품은 재능의 가치와 개인기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는게 아니다. 이 작품에서 부정하고 비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힘에만 치중해서 팀을 무시하는 독선, 그리고 그와 반대로 절대적인 격차에 의욕을 잃고 포기해버리는 것이지 오히려 작품 전반에 걸쳐서
팀워크도 개인의 기량이 받쳐줘야 의미가 있다는 언급 등을 통해서 개개인의 역량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카가미의 역량이 부각되는 점 역시 카가미는 단순한 동료가 아닌 쿠로코와 함께 투탑 주인공인 동시에, 똑같이 압도적인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의 힘만을 믿는 독선적인 플레이로 빠져버린 기적의 세대들과는 대비되는 존재로서 쿠로코가 추구하고자 하는 '쿠로코의 농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이므로 비중이 많은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이 점은
슈토쿠와의 1차전에서 폭주(?)하는 카가미에게 쿠로코가
수정펀치를 먹이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즉, 이 작품의 테마는 단지 모두가 함께 하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이상론이나 재능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의 차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마음과 팀워크와 노력을 통해서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정, 노력, 승리"라는 소년 점프의 표어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 만일 이 만화가 재능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혹은 폄하하는 만화라면 '좌절한 쿠로코가 지옥훈련 끝에 기적의 세대를 전부 뛰어넘는 실력을 가지고 우승'이라는 전개가 된다.
또한 기적의 세대같은 천재들은 고사하고 신체 조건과 개인기가 뛰어난 용병들에게 주역 자리를 완전히 내주다시피 한 현실의
한국이나
일본의 농구계를 생각해보면 작중에서 기적의 세대의 압도적인 힘에 의욕을 잃는 선수들이나
외국인 유학생에게 기대어서 쉽게 이기려드는
신쿄 고등학교의 모습은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상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점프 만화답지않게 작가가 떡밥을 다소 소심하게 투척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이러한 테마가 잘 느껴지지 않는지라, 결국 이 작품의 테마를 '농구를 할 때는 상대방의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리스펙트하면서 즐겁게 플레이합시다' 정도로만 이해해버리는 독자들이 많다. 그래도 고연령층 독자들은 비교적 이해를 잘하는 편.